왜 이상하게도 안끝날까? 쟤가 나한테 아무 관심 없는 건 아닐 거 같은데..

단순히 우정이라면 이러지 않을 거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티도 좀 냈었는데..

의문만 남는, 희망 고문의 연속인 짝사랑하는 당신에게 전할 말이 있다.

우선 필자 역시 다년간 짝사랑을 해온 경험자란 사실을 밝힌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짝사랑' 글 따위를 서치하다 왔겠지 싶다.

그럼 우린 이미 수차례의 검색 끝에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Q> 왜 우린 아직도 친구인걸까요?

A> 당신을 찐 친구로 여겨서.. 상대가 소심해서 아직 고백을 못해서.. 좀 더 기다려라.. 어장 관리인 것이다..

나도 수년간 이 질문을 검색했고, 수많은 커뮤니티를 뒤졌으며 답을 찾고 싶었다.

당신은 객관적인 제 3자의 조언이 궁금해서 검색을 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리고 상대방의 심리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들은 조금 부족해보이고, 내 상황엔 안 맞아보인다.

그럴 수 밖에! '우리 케이스는 좀 다르거든. 걔랑 나는 이런 성향은 아니거든.'

특수한 개별 케이스에 일반적인 조언을 끼워 넣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며, 그 조언은 억측이 된다.

그래서 인터넷의 조언은 별 도움이 안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한다.

혹시 나와 비슷한 짝사랑을 경험한 이들께.

*참고

나의 짝사랑은 간단하게 이랬다.

나는 여자, 그는 남자였다.

그는 소심한 편이었다. 어장관리 할 타입은 아니다.

다년간 친한 친구였다.

아직 학생이라 연애는 조심스러울 나이였다.

웬만한 친구들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지냈고, 서로 많이 아꼈다.

단순히 우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상하게 끝날 거 같은데 안 끝난다.

난 좋아하는 티를 분명히 냈는데도 거부감이 없다.

난 당신의 짝사랑 상대가 당신과 다른 성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성향에 대해 얘기를 해봤다고?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나와 같은 성향이라고 대답했다고?

사실 나도 상대방이 그래서 믿었다. 그만큼 친했던 사이니까 사실을 말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아무리 친해도 당연히 커밍아웃은 조심스러운 순간인걸 간과한 것이다.

상대방의 대답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내 짝사랑은 이상한 순간이 많았다.

단순히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서'도 있지만

엄청 설레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여행하고 다니자"라는 말이던가

나랑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이던가..

그런 수많은 순간들이 쌓이면 나는 당연히 흔들리게 된다.

n년간의 시간이기에 말하려면 끝도 없어서 간단하게 한두가지 사례만 써본다.

하지만 나의 길고 고통스러웠던 짝사랑은 그의 커밍아웃으로 끝났다.

나는 혹시 이 글을 누가 읽고 있고, 나와 비슷한 경험 중이라면

당신의 짝사랑 상대가 나와 같은 이유로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는 게 아닐지 의문을 던진다.

참고로 그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이성인 친구가 흔하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나에게 더 행동이나 말투를 신경썼으며

내가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너 앞에서 내 행동이 조금 다른 면이 있었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티를 냈는지 몰랐다.

그냥 모든 행동들이 정말 좋은 친구로서 나온 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정말 친구로서만 사랑해서 나온 행동과 말들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내 머릿속 의문의 순간들이 모두 풀렸다.

위 사실은 누군가에게 역시 마지막 퍼즐 조각일 수도 있다.

참고로 나는 대학 친구 A 와 내 짝사랑 얘기를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끝난 이유가 '상대의 커밍아웃'이라고는 당연히 말한 적 없다.

A와 내 과거 짝사랑 상대가 서로 알 방법은 전혀 없지만, 혹시나 몰라서였다.

근데 A는 내 얘기를 듣고 바로 이유를 맞춘 거 아닌가?

A 역시 자기도 좋아하는 친구와 성적 성향이 달랐다면서, 아마 나도 마찬가지 일 거 같다고 말했다.

A도 나처럼 의문 투성이인 짝사랑을 하다가 상대의 커밍아웃으로 답을 안 것이었다.

우리 둘의 사례로 일반화는 어렵지만,

본인의 짝사랑이 이상하게 안 끝난다면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직 상대방이 주지 않은 마지막 퍼즐 조각을 필자가 대신 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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